뭐, 볼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좀 엉뚱한 계기로 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볼 정도의 영화면, 더럽게 쪽박이거나, 아니면 더럽게 대박이거나 하는 그런 면이 있는데, 이 영화는 후자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는 잘 만든 영화입니다. 영상 자체도 볼만하고, 스토리 자체도 초기에 나돌던 것에 비하면 몇몇 흠결을 제외하고 상당히 잘 짜맞춰져 있어서, 보는데 별다른 걸림돌이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화면빨이 좋습니다. 탁 트인 공간이나, 칙칙한 세트, 잘 다듬어진 인물 묘사 같은 건 정말 흠잡을데가 없지 싶더군요.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클리셰나 유머를 아주 잘 써먹고 있기 때문에, 보는 입장에서 웃고 즐기기 좋은 영화입니다.
물론, 일각에서는 웃고 즐기기 이상의 것을 바라는 면이 있긴 하지만, 장르 영화, 그것도 이젠 긁어볼 건 다 긁어본 21세기에서 억지로 버라이어티 쇼 무비 만드게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스토리 적으로는 이런 부분을 적당히 긁어줬다면 보는 입장에서는 꽤나 재미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독립군 이야기도 초장에 좀 썰렁하게 나오고, 나중에는 왜 나왔는지 모르게 되는 부분이 있는데, 뒤쪽에 아예 언급이 안나오거나, 아니면 어느정도 위상을 부여하거나 했다면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건 뭐 그냥 입만 산 찌질이 집단이 되어버리니 말이죠.
클리셰 쪽으로 가면 뭐랄까, 정말 잘 만든 혼성물이라는 평이 굳어집니다. 일단 복색이 웨스턴, 그리고 열차강도라는 것 부터가 클리셰지만(만주에 저런 옷 입은 놈이 있을리가).... 그 외에도 왠 북두의권의 친피라 같은 애들이 정말로 친피라로 나오는 거나(걔들 복색이 인디언과 좀 이어져 있긴 하지만서도), 경상도 사투리 쓰는 "동생"이라던가, 수상한 가짜 중국인 이미지(이건 그러고보니 동아X통X무대에 나오는 빠바이 대인이군요)라던가 하는 것들은 정말 적재적소에 잘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웨스턴 영화의 전매특허같은 장면도 많이 나오죠. 이쪽은 오히려 한번씩 틀고, 매드맥스나 근래의 총격전 영화와 섞고 해서 꽤나 맛깔나는 장면을 많이 보여준달까요.
저야 정작 웨스턴은 보긴 봤어도 워낙 어릴때라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지라 이게 웨스턴이냐 아니냐는 사실 논하기 조심스럽지만, 꼭 웨스턴 감각으로 보지 않더라도, 그 이미지를 차용한 활극 정도로 이해하면 볼만할 듯 합니다. 예전의 만주물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하는데, 이쪽은 웨스턴 이상으로 피상적인 영역이라서 뭐라 비교하긴 어렵군요. 오히려 이쪽의 코드는 독립군과 일본군, 마적을 빼면 의외로 희석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이건 그냥 느낌이고요.
그리고 좀 덕성이 있는 평을 덧붙이자면....
뻘소리 시작.
"나의 만주는 그러치 아나!!" 랄까요.(....)
사실 만주가 어떻다 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기는 합니다만, 사실 만주는 그렇게 황량한 곳은 아니죠. 스텝과 초지가 있는 곳이라서, 사막성 기후는 별로 없습니다. 사막지대라면 중국의 옥수수 조달은 매우 문제가 되었겠죠. 평야가 많지만, 또한 산이나 구릉도 꽤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건 로케지의 문제인 셈인데, 중국 서부지역에서 로케를 하다 보니 만주의 느낌이 거의 안느껴지는 광경이 되었죠. 물론, 실제의 만주가 아니라 판타지의 만주를 재현한 거다 보니 그렇긴 합니다만서도...
(여담이지만, 만주에서 바다가 보이는 곳은 요동 반도 뿐이죠-_-. 좀 뜬금없는 장면인 셈)
뭐 그렇다고 해도, 건축이나 이런 쪽의 재현은 이미지 위주다 보니 좀 아쉬운 면은 있습니다. 뭐 이건 웨스턴에도 그대로 적용되지만, 만주는 오래된 성곽도시, 아니면 만철이나 만주국에 의한 직각반듯한 석조계획도시, 그리고 토막 수준의 벽돌집이 혼재된 그런 영역입니다. 오히려 목조 시설이 있는게 드물지 않나 싶은데, 영화에서는 아무래도 얼기설기 이루어진 좀 조잡한 슬럼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는지 거의 조잡한 목조건물 위주로 만들어진 듯 하더군요. 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흙벽돌집이나 중국식의 장식물을 많이 써먹었는데, 이미지 적으로는 이게 더 그럴듯 하긴 합니다. 실물과는 거리가 멀지만 말이죠.
의외로 세심한 부분도 있는데, "일본군과 만주군"이라고 말하는 부분이나, 초반에 보이는 군복장면에서 황색 배경의 별 붙은 계급장(정확히는 모르지만, 이게 아마 만주국군 것일듯) 같은 것들은 꽤 그럴듯 합니다. 제대로라면 관동군과 만주군이 되겠지만서도요. 총기쪽도 장총은 약간 갸웃하지만, 기관총은 제대로 일본군 걸 가져다 쓰더군요. 정작 지프는 완전 에러지만서도(일본군이 지프를 쓰는 것도 엽기고, 지프 자체가 2차대전 차종-_-). 트럭쪽도 사실 정확히 하려면 조금 다른게 쓰여야 하지만(더 둥글한 외관을 가진) 뭐 이거야 그냥저냥이라 하겠고요. 사실, 만주지역의 기계화율은 좀 허접한게 맞는데, 여기서는 그야말로 자동차화보병 수준이더군요.
좀 몇가지 아쉬운건 총기 쪽인데, 다른 사람의 총기는 그런대로 맞습니다. 리볼버가 좀 모던한 감이 있는데, 그렇다고 SAA나 접철식 리볼버만 들려주면 또 모양이 이상하지 않을까 싶으니(이게 웨스턴이라면 정석), 그런대로... 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아쉬운 거라면 데린저나, 브라우닝 권총(이건 안중근 의사도 쓸 만큼 흔한 총이죠. 의외로 눈에 들어오고)이 없는 거 정도랄까요. 그런데, 윤태구의 발터 P38 쌍권총이나, 중간에 등장하는 스텐은 좀 에러라고 보입니다. 둘 다 2차대전 총기고, 일본에서 먹고 죽을래도 못구할만한 총들이거든요. 맞춘다면 만주의 상징(...) 마우저 C96/M712나(사실 중간에 엑스트라가 좀 들고 다님), 아니면 일본군의 자살권총 남부 권총, 아예 루거가 낫지 않나 싶습니다. 스텐 대신에 MP18 베르그만 같은거(사실 중간에 언뜻 보이긴 했습니다)가 나와주면 적당할 거고요.
철도 장면은.... 음 겉보기엔 그럴듯 하지만 좀 에러가 많습니다. 우선 길림선이라는 철도는 없습니다. 길림이 사실 철도의 요지에 드는 곳이라서, 2개의 노선이 닿습니다. 잘 알려진 징투(京圖,신징(장춘)-도문(투먼))선과, 봉길(봉천(셴양)-길림)선이 그것인데, 이 중 길림선이라 할만한 철도는 없죠. 징투선 쪽은 남만주본선(다렌-신징-하얼빈) 만큼은 안되어도 꽤 긴요한 노선에 들긴 하니, 아마 이쪽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일단 이건 차치하고, 철도장면 쪽은 좀 틀린데가 많더군요. 일단 그 당시엔 특실이라는 용어가 없습니다-_- . 일본이나 조선, 만주 모두 3단계 체계를 쓰고 있었고, 이 단계대로라면 1등칸 내지 2등칸에 해당하는게 맞습니다. 1등칸쯤 되면 아지아나 아카쓰키, 노조미 정도의 서열 3~4위급에 들어야 연결되는 차라서, 징투선에 연결될까 싶긴 합니다. 2등칸은 전세용 구조가 될 수 없는 시스템이고 말이죠. 영화의 묘사는 1등칸이라기 보다는, 전망차나 아예 미국에서 보이는 전세열차 개념인데 만주에서 이런게 있었는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전망차라면 한쪽 끝이 완전히 막힌 구조거나, 아예 밖으로 나가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중간 연결이 안되죠.
이 열차의 조성도 좀 많이 이상한데, 특실같은 고급객차를 연결했으면서, 화차를 또 연결한 이른바 혼합열차 조성이라는 엽기성을 보여줍니다. 옛날이라 그렇다....라고 얼버무리는 게 말이 안되는게, 이 시대가 되면 이미 열차 서열이나 운행 시스템이 표준화되어 있을 때라서 이런 엉터리 여객열차는 존재할 수 없죠. 더욱이 객차묘사도 좀 엉성한게, 화차보다 객차가 더 길게 묘사되는게 맞습니다. 심지어 이때는 보기화차가 없고 2축화차가 대다수여야 하죠. 유개차도 무개차도 모두 그런데, 여기서는 죄다 보기화차고 객차나 화차나 길이가 똑같더군요. 객차도 좀 녹슨 태를 강하게 보여주는데, 실제로는 목조와 강재를 섞은 차량이 다니거나, 아예 비둘기호 객차 수준의 차량이 다니는게 맞습니다. 지금 차량과 비교해서 규모에서 큰 차이도 없죠. 거기다가 조성순서는 더욱 엽기인데, 묘사가 왔다갔다 하는 면이 있지만, 기관차-3등객차-목재유개차(혹은 수하물차?)-특실객차-무개화차의 순서더군요. 이건 완전히 틀린 배치인데, 일단 혼화 부터가 틀렸지만, 혼합열차를 전제하더라도, 기관차 바로 뒤엔 화차가 연결되고, 화차 뒤에 객차들이 붙어야 맞습니다. 이건 당시의 운수규칙에 명기되어 있음직 한데...역시 철도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이런 구성이 나오는 거겠죠.
다만, 그래도 노력이랄까 그런게 보이긴 하더군요. 일단 증기기관차를 조달해서, 마킹까지 싹 한게 꽤 이색적이긴 했습니다. 문제는 엉뚱한 마킹이라는게 문제죠(먼산). 上游-11 이라는 마킹을 한 건 좀 깨긴 했는데, 상유 급은 2-8-2 축 배치를 말하는 거고(2-8-2는 상유(SY)와 해방(JF) 두 종이 있죠), 영화에 나온 2-6-2(프레이리) 내지 4-6-2(패시픽)는 다른 이름을 붙이죠. 4-6-2라면 승리(SL)일겝니다. 그리고 이 표기는 중국식의 표기고, 사실 만철이라면 가다가나 3자리+숫자 2자리의 조선철도와 동일한 표기법을 쓴다는 겁니다. 아마도 파시고(파시5)나 파시사(파시3)인 듯 한데.... 뭐, 제가 2-8-2를 4-6-2로 잘못 본걸수도 있긴 한데, 일단 마킹이 좀 에러가 아닌가 싶더군요. 뭐, 증기기관차 견인이 나온것만 해도 어디냐 싶기는 하지만요.
그 외에 오토바이들은 모두 에러에 가까운게... 오토바이는 유럽에서나 볼 수 있지, 만주같은데서는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더군요. 차종은 그래도 재미있게 뽑은게, 로얄 엔필드나 창장 같은 오래된 삘 나는 기종 위주로 뽑은 듯 싶던데, 중간에 나오는 사이드카 씬은 조금 틀린게 아닌가 싶습니다. 창장이든 우랄이든 R-750이든, 모두 2차대전의 산물들이니까요. 바이에른 모터 제작소의 R-750은 그래도 잘 하면 나올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P38 권총과 같은 이유로 좀 벗어난 물건입니다. 독일에서도 공급이 달리던 물건들이니까요-_-. 시대도 좀 어긋나고.
하여간, 이런 투덜거림은 그냥 덕끼있는 힉끼 하나가 혼잣말 했다 치시고(...),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면 되는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좀 스포일러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영화의 제목을 좀 바꾼다면 "본좌 대 찌질이 대 찌질본좌" 쯤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여간 나쁜 놈은 캐안습이랄까.
PostScript: 그나저나 주제곡 리믹스 빠삐놈이 죽이는군요.(먼산) 아놔 내 정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