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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13 22:44

동해 여행기 2 : 추암역

추암 역을 보는 건 원래 계획이 없었는데, 근처에 온 김에 한번 보고 가자... 라는 마인드에서 일단 사진을 들이대 보았습니다. 이 선로가 정확히는 동해선 계획의 일부로, 북평(현재의 동해)-삼척간이 이미 일제 당시에 부설되어 1944년도에 삼척철도라는 회사에 경영위탁을 했었다고 하더군요. 이후 해방을 맞이하면서 국가에 편입되었다가, 이후 영동선이 연결되면서 철도망에 포함된 셈입니다.

추암역 자체는 좀 오래된 영업거리표나 노선도에서 없었던 역인데, 80~90년대 즈음 해서 나타난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간이역의 연혁은 대개 잘 노출되어 있지 않다 보니 정확하게는 모르겠군요. 1991년도의 삼척선 여객영업 폐지 이후에 생겼을지도 모르긴 한데, 여긴 임시 여객열차들(주로 관광 목적의)이 1년에 몇차례 씩이나마 서다 보니 나름대로 존재 가치는 인정받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 역의 전경은 이런 식입니다. 마을 진입용 굴다리 위에 있더군요. 해수욕장 방향으로 철제 계단이 내려와 있는데, 그 계단을 올라가면 승강장이 있는 방식입니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임시정차역인 셈이죠.

계단을 올라가 보면, 이런 기묘한 승강장이 나옵니다. 저 앞쪽으로는 화력발전소와 조그만 조차장이 있죠. 역을 둔다면 저 앞쪽에 두는게 나을 법도 한데, 일부러인지 마을 앞에 지어서 해수욕장까지 5분 정도면 닿을 수 있게 지어놓았습니다. 전형적인 단선 역으로, 교행이고 나발이고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럴 만 한게 노선 자체가 어차피 화물전용선인 상태이다 보니, 이런데 교행역을 구태여 만들지 않아도 선로 활용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겠죠.


이쪽은 삼척해변(후진) 역과 삼척역이 있는 방향입니다. 곡선이 인상적이죠. 역의 위치가 높게 쌓아올린 성토지 위에 있기 때문에, 추암 마을 전경이 역에서 환히 보입니다. 탁 트인 동해바다도 보이죠. 승강장은 침목을 두고 그 옆으로 흙을 쌓아 올린 스타일입니다. 흙은 잘 다져져 있고, 잡초가 거의 없어서 마을 측에서 관리를 좀 하는 듯 싶긴 합니다.


대략 역 명판입니다. 90년대 중반 타입의, 검은 바탕, 삼각형 로고 명판입니다. 이런데는 더 오래된, 백색 입간판 스타일이 어울릴 듯도 한데 이런 타입이 서 있더군요. 아해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낙서의 압박이 큽니다. 관리가 안되는 역이다 보니 당연한 귀결이긴 합니다마는. 아, 그리고 다음 역이 후진으로 되어 있더군요. 현재는 삼척해변역으로 이름이 바뀌었죠. 어감이 안좋아서 그랬다고 하는데, 여긴 아직 그대로입니다.^^


추암 역에서 내려다 본 동네 전경입니다. 해변가의 평범한 마을의 모습이죠. 길도 좁고, 집들도 낡은 태가 좀 납니다. 어촌의 모습이라기엔 그물이나 어구같은 것도 별로 없지만, 시골 해수욕장은 대개 이런 풍경이죠. 오히려 명승절경이나 잘 닦인 해안 리조트 보다도 가치 있는 것이 이런 풍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 계단에서 선로 쪽을 살펴보니, 성토지에 다시 흙을 쌓아올려서 역을 만들었던 모양이더군요. 원래의 선로용 성토지 옆에 다시 흙을 올리다 보니, H빔 같은 걸 박아넣고, 침목을 덧대어 무너지지 않도록 했던 모양입니다. 이것도 대당 130톤쯤 하는 기관차에, 수십톤이 넘는 객화차가 다니는 만큼 완벽한 대책이 되지 않았는지, 거기에 레일을 비스듬히 덧대어 두고 있더군요. 레일의 또 다른 사용법인 셈입니다. 아래 굴다리의 높이 제한 2.5m 표지판이 보이는데, 저거에다가 폭도 2.5m인가 2.7m인가로 제한되는 모양이었습니다. 차가 한 대 겨우 지나다닐 정도고, 조금 큰 미니버스 쯤 되면 통과가 불가능하겠더군요. 사람 다니기도 매우 불편할 지경입니다.


요즘 들어 간이역의 폐지가 상당히 늘어나고 있고 해서, 이 역도 얼마나 남을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신년 해돋이 열차 아니면 해수욕장용 임시 열차 정도나 서는 역이기도 하고, 그나마도 동해역에서 기관차를 옮겨 붙여서 들어와야 하는 곳이다 보니 영동선이나 태백선의 초 로컬선들에 비하면 상황이 나쁘진 않을 듯 하긴 합니다만, 그렇다고 1년의 300일은 놀아버리는 이런 역을 살려둘지는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매서우니까요.

뭐랄까, 뒤에 더 이야기 하겠지만, 정동진이나 동해역 같은데를 보다 보면, 강릉-삼척간의 로컬 열차 정도는 그런대로 유지가 될 듯도 한데 없더군요. 물론 무궁화호 같은 걸로 유지했다가는 택도 없고, 통근열차 운임 수준으로 전기 동력 열차가 다닌다면 그런대로 나쁘진 않을 것 같은데, 고상 플랫폼용의 전동차를 빼면 그 등급의 차량이 없죠.

차라리 저항차 종류라도 임시 고상 승강장을 올리고, 이 구간을 전기화 해서 투입을 한다면 편의가 대폭 늘어날텐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강릉-동해간은 전역이 교행가능한 만큼, 대충 시간당 1왕복~1.5왕복 정도는 문제없이 투입할 수 있고, 이정도면 수도권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차 편수도 충족할 수 있으니 관광객이나 지역 통근객 수요를 잡아봄 직도 한데 말이죠. 대도시 교통도 좋지만, 이런 중소도시나 지방 교통도 좀 개선이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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